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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한국판 서부극 ‘김치 웨스턴’
일제시대 만주를 무대로 한국형 서부극을 표방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영어제목 ‘The Good, the Bad, the Weird’,이하‘놈놈놈’·사진)이 폐막을 하루 앞둔 칸영화제의 주말 밤을 장식했다.
24일(현지시간) ‘놈놈놈’이 비경쟁작으로 공식 상영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는 상영 도중에도 두 차례의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영화제 막판 한국에서 찾아온 장르영화를 유쾌하게 즐기는 관객들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다. 영화 곳곳에 터져나온 웃음 역시 한낮의 기자시사회보다 한결 잦았다.‘놈놈놈’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1966년작 서부영화‘석양의 무법자’(영어 제목 The Good, the Bad, the Ugly)에서 제목을 따온 데다, 서부극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는 리드미컬한 음악이 시작부터 언어의 벽을 넘어 영화의 성격을 파악하게 도왔다.
이날 선보인 영화는 무자비하고도 자존심 센 마적단 두목 창이(이병헌)와 그가 노리던 보물지도를 손에 넣은 엉뚱하고도 만만치 않은 열차강도 태구(송강호), 그리고 현상금을 목적으로 이들을 쫓는 뛰어난 총잡이 도원(정우성)까지, 세 캐릭터의 추격전이라는 컨셉트를 바탕으로 서부극이 허용하는 장르적 재미를 액션에 한껏 무게를 실어 변주했다. 열차강도 장면을 시작으로 등장하는 다채로운 액션들은 특히 영화 막판 장장 15분 가량 이어지는, 모래바람 부는 광활한 들판에서 말들과 오토바이가 질주하는 호쾌한 추격전이자 총격전에서 절정을 이뤘다.
올 한국영화 최대 기대작으로 꼽혀온 ‘놈놈놈’은 이날 상영된 버전과 7월 초 국내에서 개봉될 버전이 편집은 물론 결말까지 달라질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상영에는 컴퓨터그래픽과 색보정 같은 후반작업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임을 알리는 자막이 곁들여졌다.
김지운 감독은 달라질 버전을 두고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가 오페라 같은 서부극이라면 ‘놈놈놈’의 칸 버전은 하드록이고, 한국개봉 버전은 로큰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상영본에 대해 “영화제가 아니면 쉽게 선보이기 힘든 버전”이라며 “국내개봉판이 좀 더 오락적으로 친숙하고, 상영시간도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칸에서의 따뜻한 반응 이후 완성될 새 버전이 서사적 인과관계를 중시하는 한국관객의 취향에 어떻게 조응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는 이날 낮 기자회견에서 “대평원을 질주하는 것은 저의 개인적인 판타지이자 위로 막힌 반도에 사는 한국인의 민족적 판타지일 것”이라며 “역사의 격동기를 살았던 남자들의 무용담이 곧잘 ‘옛날 옛적에 만주에서 말달릴 때’로 시작하듯, 서부극에 한국적 서사성을 결합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미국서부극과 비교해 “당시 서부가 개척의 땅, 기회의 땅을 상징했던 것처럼 우리 선조들에게 만주도 그런 꿈의 공간이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사회자를 비롯, 회견에서 참석한 외국인들은 미국 서부극의 영향을 궁금해 했다. 감독은 “다양한 서부극을 좋아하지만 정통 서부극보다는 강렬한 이미지와 장르적 쾌감 면에서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수정주의 서부극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관객들의 기억에 잊혀졌지만 60, 70년대 충무로에서도 만주를 무대로 한 서부극이 만들어졌던 것을 지적하며 “한국영화에서 서부극이 가능할까 고민할 때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를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앞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내놓은 일본식 서부극‘스키야키 웨스턴 장고’와 비교하는 질문에는 “갱 영화 위주인 액션장르에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좋은 놈(정우성), 나쁜 놈(이병헌), 이상한 놈(송강호)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배우들이 답했다. 악역에 첫 도전해 잔혹함과 자격지심을 동시에 미묘하게 표현해야 했던 이병헌은 “세 캐릭터가 기본적으로 모두 나쁜 놈인데, 가장 나쁜 놈은 아마도 감독님”이라고 농담했다. 이병헌은 할리우드 영화‘G.I 조’를 촬영 중인 체코 프라하에서 날아와 칸에 합류했다. ‘놈놈놈’은 40도를 오르내리는 중국 사막에서의 석달 남짓한 현지촬영을 비롯, 주요액션을 배우들이 직접 소화하며 몸고생이 대단했다는 후문이다. 빼어난 솜씨로 말을 달리며 장총을 돌리고 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준 정우성 역시 “모두 상황에 타협해가는 인물들”이라며 “내 역할은 ‘좋은 놈’ 보다는 ‘냉정한 놈’에 가깝다”고 말했다. 특유의 설득력 있는 연기로 객석에서 터진 웃음의 상당 부분을 책임진 송강호는 “어떤 장르든 한국적으로 소화해 독창적인 영화로 만드는 새로운 작업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촬영하다 칸으로 날아온 그는 ‘밀양’으로 경쟁부문에 초청된 지난해와 비교해 “비경쟁작이라 이번이 마음은 더 편하다”고 말했다. 황금종려상을 비롯한 공식경쟁부문의 수상결과는 25일 밤(한국시간 26일 새벽) 폐막식에서 발표된다.

